코미디 한류의 선봉 옹알스 "전 세계 웃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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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화

코미디 한류의 선봉 옹알스 "전 세계 웃기고파"

14724248615573.jpg"에든버러선 우릴 6년간 기다렸다는 관객 만나"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지난 10일 영국 에든버러 로열마일의 한 거리.

다채로운 색깔의 물방울무늬 내복에 턱받이까지 두른 일곱 남자에게 행인들의 눈길이 쏠렸다.


큰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복장부터가 웃음을 자아낸 이들은 한국의 논버벌 퍼포먼스 그룹 옹알스였다.

옹알스는 세계 최대 예술 축제인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의 초청으로 이곳을 찾았다.


공연 당일 거리에서 전단을 나눠준 것이 홍보의 전부였지만 그날 저녁 옹알스 공연장은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6년간 우리를 기다렸다는 노부부도 만났어요. 매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홈페이지를 검색해서 옹알스 공연이 있는지 찾아봤다고, 왜 이제 왔느냐고도 하시더라고요." (옹알스의 채경선)

 

에든버러 프린지 축제 홍보하는 옹알스(옹알스 제공)

옹알스는 옹알이하는 코흘리개 아이들의 시선으로 코미디를 펼친다.


대사 한마디 없이 다양한 퍼포먼스로 웃음을 전하는 것이 이들의 장기다.


에든버러 프린지 축제를 끝낸 뒤 하계올림픽이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까지 방문하고 돌아온 옹알스를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웃음이 그치지 않은 이날 인터뷰에는 여덟 멤버 중 조수원(37)과 채경선(36), 최기섭(37), 하박(35), 이경섭(27) 등 5명이 참석했다.


"땡땡이 내복요? 외국에서는 그런 멋이 또 없죠. (웃음) 다들 사진부터 찍자고 해요. 무슨 언어로 공연하냐고 많이들 묻는데 우리가 '논버벌'이라고 말하면 다들 좋아하죠." (채경선)


"홍보하려고 거리에 섰는데 우리를 중심에 두고 양쪽으로 길이 쫙 열렸어요. 우리에게 보러 온다고 말한 사람들은 진짜 그날 공연장에 왔더라고요."(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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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했던 옹알스(옹알스 제공)

2009년 에든버러에서 거리 공연을 펼쳤던 옹알스는 2010년, 2011년에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의 씨 베뉴(C Venue) 극장에서 공연했다.


옹알스가 올해는 최고의 극장인 어셈블리(Assembly)에서 쇼케이스를 했다는 점은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


개인 사정으로 이번 공연에 불참한 조수원은 "이번에 에든버러에서 런던 갈 때 기차를 탔다는 이야기를 듣고 순간 화가 나더라. 2011년에는 차비를 아끼려고 모든 짐을 짊어진 채 9시간 동안 버스를 탔었다"면서 웃었다.


옹알스는 영국 공연을 계기로 킹스턴의 한 노인 요양 시설에서 무료 공연도 펼쳤다.


오전 7시 런던에서 출발해 킹스턴에서 공연한 다음, 그날 오후 10시에 돌아오는 강행군이었지만 옹알스는 공연 제안에 기꺼이 응했다.


관객들은 담뱃불을 붙일 힘이 없을 정도로 연로한 80세 이상 어르신들이었다.


그래도 간신히 목소리를 내어 호응하는 이들의 모습에 옹알스도 힘을 얻었다.


"코미디 공연은 항상 박수와 웃음소리가 넘쳐나서 흥이 나기 마련인데 이분들은 너무 연로한 분들이었어요. 그래도 시설의 간호사들이 '어르신들이 정말 없는 힘을 내어 박수를 친다'면서 좋아하더라고요." (채경선)

 

영국에서 돌아온 옹알스는 채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리우행 비행기에 올랐다.


리우 올림픽 후반부에 진행된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를 위해서였다.


채경선과 이경섭, 최기섭, 하박 등 4명은 지난 17일부터 닷새간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20분 길이의 공연을 펼쳤다.


열정의 나라 브라질은 옹알스에게 또 다른 매력적인 무대였다.


이경섭은 "브라질 사람들이 흥과 열정이 많다 보니 비트박스나 마술을 할 때 오는 리액션(반응)이 남다르다"면서 "'우와아아아' 하면서 호응하는 모습에 긴장감도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하박은 "공연이 끝난 다음 관객들이 주변에 몰려오는데 그때만큼은 우리도 엑소가 된 느낌이었다"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2007년 KBS 2TV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로 출발한 옹알스는 지난 수년간 국제 유수 축제에 참가하면서 코미디 한류의 선봉에 섰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2008년 1월 4일 대구의 한 음악당에서 첫 단독 공연을 했어요. '개그콘서트'를 통해 쌓은 조금의 인지도를 갖고 용감하게 도전한 거죠." (조수원)


옹알스 첫 공연 관객은 3명이었다.


바람잡이 역할을 맡은 후배들까지 총 7명의 코미디언은 결국 관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날 무대를 접어야만 했다.


"주변에서 우리더러 방송이나 잘하라고 했어요. 다른 동료에게 같이 하자고 해도 일단 '개그콘서트'나 '웃음을 찾는 사람들' 하다가 안 되면 합류하겠다고 하더라고요."(채경선)


옹알스는 "오늘 사람이 없어서 공연을 못 하지만 내일은 사람들이 오겠지"(조수원)라는 생각으로 버텼고 오늘에 이르렀다.


옹알스는 지난 4월 한국 코미디 공연으로는 처음으로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서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제12회 시드니 코미디 페스티벌 개막 갈라쇼로 진행된 옹알스 공연을 2천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관람했다.


"무대에 발을 딛는 1분 1초가 행복하다"(조수원)는 옹알스의 목표는 세계를 웃기는 것이다.


10년이 지난 만큼 혹 매너리즘을 느끼지 않느냐는 물음에 아래와 같은 재치 있는 답이 돌아왔다.


"전 세계 관객들을 만나는 것이 목표예요. 아직 17개국밖에 못 가서 갈 곳이 너무 많네요. 매너리즘을 걱정해야 할까요. 하하하." (채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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