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만' 손예진 "흥행의 행복 충분히 누리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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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850만' 손예진 "흥행의 행복 충분히 누리고파"

영화 '해적' 대박…"나도 사람이라 사랑받으니 힘이 나"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 지난 22일 관객 850만 명을 넘어섰다.

 

'명량'의 돌풍에 다소 가려져서 그렇지 관객 850만 명이라는 숫자는 영화판에서 '어마어마한' 성적이다.

 

'해적'의 성과는 '명량'의 기세에 주눅들지 않고 거둔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형 어드벤처 영화 사상 첫 흥행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리고 또 있다. 여배우가 주연을 맡은 블록버스터가 흥행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해적'의 제작비는 135억 원이다.

 

그 여배우는 지난 10여 년 영화판에서 자신의 자리를 꿋꿋이 지켜온 손예진(32)이다.

 

손예진을 24일 전화로 만났다.

 

"다른 걸 다 떠나 예산이 큰 작품이다 보니 손익분기점만 넘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700만명만 넘으면 대만족이라고 생각했어요. 1천만은 바라지도 않았어요. 그건 하늘이 주시는 거잖아요."

 

그런데 700만 고지를 거뜬히 넘더니 850만 명이 이 영화를 봤고 아직도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배우는 늘 평가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늘 노력한다.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손예진은 "이번에 흥행을 하고 보니 역시 영화는 관객이 들어야 하고 드라마는 시청률이 높아야 배우가 힘이 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흥행의 행복을 충분히 누리고 싶다"며 웃었다.

 

그는 23일 자신의 SNS에 친구들과 850만 돌파 자축파티를 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사실 영화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흥행은 정말 운이 크게 좌우하잖아요. 곳곳에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니까 영화가 잘 나왔다고 해도 마냥 기대를 할 수는 없어요. 이번에는 '명량'을 비롯해 큰 영화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개봉할 줄 생각도 못했어요. 게다가 '명량'이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며 질주하니까 걱정이 많았죠. 다행히 보신 분들 사이에서 '이렇게 웃길 줄 몰랐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관객이 더 들었어요. 그게 추석까지 이어지면서 유일한 가족영화에 코미디 장르라는 게 주효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관객이 잘 들어도 손예진은 자신의 기대치를 높이지 않았다고 한다.

 

"10여 년 일하면서 많은 일을 겪었잖아요. 초반에 잘되다가도 금세 팍 꺾이는 영화도 많이 봤고…. 늘 안될 수도 있다는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어요.(웃음) 들뜨지 말자고 마음을 다독였죠. 700만이 될 때까지는 매일 관객수를 체크했어요. 그런데 700만이 넘어서니까 저도 그렇고 영화사에서도 스코어를 보내 주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제 관객이 들지 않는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웬걸….(웃음)"

 

그는 "손익분기점을 넘은 것도 기쁘지만 사극 어드벤처 영화로 흥행을 한 게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시도하기 어려웠던 장르로 성공했다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손예진은 이 영화에서 해적단 단주 여월 역을 맡아 검술 등 액션 연기에 처음으로 도전했다. 청순가련형 이미지로 대표되던 손예진의 대변신이다.

 

"사실 고생을 너무 많이 했어요. 연습시간, 촬영시간이 다 부족한 가운데 난생처음 액션을 하려니 근육통을 달고 살았고 담이 와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죠. 외롭고, 괴로웠어요. '다시는 액션을 하나 봐라'라고 하기도 했죠. 그런데 촬영이 끝날 때쯤에야 액션을 어찌 해야 할지 감이 잡히더라고요. 촬영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면, 연습도 충분히 할 수 있다면 조금 더 멋지게 액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나이가 들기 전에요.(웃음)"

 

'흥행의 행복을 충분히 누리고 싶다'고 했지만 사실 손예진은 이미 흥행의 기쁨에서 벗어나 평상시 모드로 돌아왔다. 지난 20일 새 영화 '행복이 가득한 집'의 촬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는 "배우로서 흥행은 당연히 늘 목마를 것이다. 하지만 850만이 드는 작품을 하고 나니 오히려 더 차분해진 감도 있다.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책임감이 더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손예진은 '해적'의 개봉을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남자 영화들만 너무 많으니 여배우로서 섭섭한 측면이 있다. 여배우들이 뭔가 더 많이 해야 한다. 아니, 닥치는 대로 다 해야한다. 영화를 찍으면서 더 많은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해적'이 잘됐다고 갑자기 여배우들을 위한 영화가 나올리는 없죠. '해적'이 제 단독 주연작도 아니고요. 하지만 여자 해적이 나온 영화가 잘되고, 이런 식으로 여배우가 나온 영화들이 계속 잘되면 영화판에서 여자 영화들이 좀더 다양해지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지금은 남자 배우들에 비해 여배우들의 선택의 폭이 너무 좁아서 속상하지만 이런 식으로 제가 제자리를 지키며 계속 일을 하다보면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3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그는 "어느 순간 내 나이가 배우로서 중요한 때가 됐더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이 나이가 빨리 되고팠는데 어느덧 진짜 이 나이가 됐더라고요. 마냥 막내일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선배가 됐고 앞으로 점점 더 그렇게 될거잖아요. 제가 일을 즐기면서 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 일을 하는데도 계속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뭔가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요즘 들어서는 여배우로서의 책임감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배우들이 계속 많이 일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 얘기가 나와서 물었다. 결혼은 안하나?

 

"그러게 말입니다.(웃음) 제가 어렸을 때는 선배 언니들을 보면서 왜 저 나이 되도록 결혼을 안하나 싶었어요. 근데 제가 그 나이가 된 거에요. 다 가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여건이 되고, 상황이 되면 언제라도 결혼을 해야죠. 결혼보다 연기가 더 중요해서 안하는 게 아니랍니다. 그냥 지금은 연기를 계속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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