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 리비에라 CC 그린 '트라우마' 벗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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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 리비에라 CC 그린 '트라우마' 벗을까

16세 때 첫 프로 대회 출전 인연…프로 전향 후 7차례 출전해 고전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내년 2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네시스 오픈에 출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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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리비에라 골프장에서 열리는 제네시스 오픈에 출전할 예정인 타이거 우즈.


이 대회 타이틀 스폰서는 현대자동차지만 대회 운영은 타이거 우즈 재단이 맡는다.


우즈는 대회 호스트 역할이다. 우즈가 내년 대회 출전 일정을 짤 때 제네시스 오픈은 '필참' 대회가 확실했기에 제네시스 오픈 출격은 사실 예정된 일이었다.


제네시스 오픈은 로스앤젤레스 서북쪽 소도시 퍼시픽 팰리세이즈에 있는 리비에라 골프장에서 열린다.

  

주소지는 퍼시픽 팰리세이즈지만 샌타모니카가 더 익숙하다. 인구 10만 명에 이르는 제법 큰 도시 샌타모니카가 이 지역 대표 지명이기 때문이다.


리비에라 골프장이 자리 잡은 곳은 로스앤젤레스를 가로 지르는 샌타모니카 산맥 서쪽 끝 계곡이다.


태평양 바다가 가깝지만 울창한 숲에 가려 바닷가라는 느낌은 찾기 어렵다. 그러나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은 받는다.


리비에라 골프장은 '서부의 오거스타'라고 불린다.


폐쇄적인 회원제 코스라는 점에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과 비슷하다. 코스 수준도 오거스타 못지않다. 설계는 조지 토머스 주니어가 했지만, 오거스타를 설계한 알리스터 매켄지가 거들었다.


리비에라 골프장의 또 다른 별명은 '호건의 산책길'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골프 스타 벤 호건(미국)은 이곳에서 열린 로스앤젤레스 오픈에서 3차례 우승했다. 리비에라 골프장 클럽하우스 앞에는 호건의 동상이 서 있다.


1926년 창설된 로스앤젤레스 오픈은 대부분 이곳에서 치러졌다. 로스앤젤레스 오픈은 닛산 오픈과 노던트러스트 오픈을 거쳐 제네시스 오픈으로 대회 이름은 변경됐지만, 변함없이 리비에라 골프장에서 열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즈는 리비에라 골프장과 인연이 남다르다.


제네시스 오픈 출전을 발표하면서 우즈는 "리비에라 골프장은 내가 16살 때 PGA 투어 데뷔전을 치른 곳"이라며 "다시 돌아와 경기하게 돼 흥분된다"고 말했다.


1992년 고등학교 1학년이던 우즈는 이 대회에 초청 선수로 출전했다. 당시 대회를 주최 측이 로스앤젤레스가 낳은 골프 천재 소년에게 PGA투어 대회를 경험해볼 기회를 준 것이다.


우즈의 첫 PGA 투어 대회 출전이었다. 이듬해 1993년에도 주최 측은 우즈를 초청했다.


지금도 아마추어 고교생이 PGA 투어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다.


하지만 우즈와 리비에라 골프장의 이런 특별한 인연은 우즈가 프로 선수가 되면서 '악연'으로 바뀐다.


1996년 프로로 전향한 우즈는 1997년부터 7차례 리비에라 골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우승은 한 번도 없었다. 우즈가 세 번 이상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건 리비에라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뿐이다.


리비에라 골프장에서 우즈는 대체로 고전했다.


1999년 어니 엘스(남아공)에 2타 뒤진 준우승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마이크 위어(캐나다)가 2년 연속 우승한 2003년과 2004년 대회에서 5위와 7위에 입상했을 뿐 나머지 4차례 대회에서는 10위 이내에도 들지 못했다.


우승자에 2타차 이내로 대회를 마친 적도 준우승한 1999년 한 번뿐이다.


우즈는 '고향'에서 고향 팬 앞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하고 성적도 신통치 않자 2005년을 마지막으로 리비에라 골프장에 아예 발길을 끊어버렸다.


2006년 2라운드를 마치고 감기에 걸렸다는 이유로 기권한 우즈는 이후 리비에라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에는 한 번도 출전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유를 댔지만, 우즈가 리비에라 골프장을 기피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우즈가 리비에라 골프장에서 유달리 성적이 좋지 않은 이유는 웬만한 전문가도 분석해내지 못한 미스터리였다.


로스앤젤레스 토박이인 우즈는 이 지역 코스 특성은 누구보다 잘 안다. 딱히 우즈가 리비에라 골프장에서 고전할 까닭이 없다는 얘기다.


우즈가 리비에라 골프장에서 몹시 나쁜 스코어를 낸 것도 아니다. 7차례 대회 평균 스코어가 69.07타였다. 파71 코스에서 평균 2언더파씩 친 셈이다.


그러나 대회 때마다 우즈보다 월등히 잘 친 선수가 더 많았다.


파5홀에서 유난히 강한 우즈가 파5홀이 3개뿐인 리비에라 골프장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진단도 있지만, 우즈가 성적이 좋지 않은 파 3홀도 3개뿐이라 설득력이 떨어진다.


분명한 사실은 우즈가 리비에라 골프장 그린에서 쩔쩔맸다는 것이다. 리비에라 골프장에서 우즈는 툭하면 3퍼트를 했다.


그린 적중시 홀당 평균 퍼트수가 1.7개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4년 대회뿐이다.


우즈가 출전한 7차례 대회에서 그린 적중시 평균 퍼트수가 1.7개를 넘기고도 우승한 선수는 2명뿐이다.


그린이 까다로운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펄펄 나는 우즈가 리비에라 골프장 그린에서 이렇게 고전한 이유는 물론 아무도 모른다.


우즈가 내년 2월 제네시스 오픈에 출전하면 무려 11년 만에 리비에라 골프장 그린을 밟게 된다.


1년이 넘는 기간에 부상 치료와 재활을 거쳐 부활을 꾀하는 우즈가 리비에라 골프장 그린에서 겪은 악몽에서 벗어날 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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