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광복 후 70년간 '폭풍성장의 역사'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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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광복 후 70년간 '폭풍성장의 역사' 썼다

14395945549770.jpg해방공간의 일상 (서울=연합뉴스) 1948년 3월

공개한다고 밝혔다. <<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

국내총생산 3만1천 배 이상 증가…쌀값은 54만 배↑
일부 '삶의 질' 지표 악화…자살·이혼 건수 급증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오늘(15일)은 우리나라가 일제 치하에서 벗어나 광복을 맞은 지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70년 동안 한국 경제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폭풍성장의 역사'를 써 왔다. 

 

15일 통계청과 현대경제연구원 등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분석해 내놓은 각종 자료를 보면 세계 최빈국 대열에서 경제대국으로 환골탈태한 한국 경제의 급격한 위상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경제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국내총생산(GDP)은 폭발적으로 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은 통계를 뽑을 수 있는 1953년의 477억원에서 지난해 1천485조원으로 무려 3만1천 배 이상 증가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같은 기간 67달러에서 2만8천180달러로 420배 이상 뛰어올랐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제시한 1인당 GDP는 1953년 66달러에서 2013년 2만5천973달러로 390배 이상 성장했다. 

 

이들 통계가 1953년과 현재를 비교한 것은 해방 직후의 정치·사회적 혼란에 이어 한국전쟁까지 발발한 탓에 광복 직후와 지금을 견줄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조선은행이 1910년부터 작성해 오던 도매물가지수를 참고하면 70년간의 경제성장을 간접적으로나마 가늠해 볼 수 있다.

 

2010년 생산자물가를 100으로 놓고 봤을 때 1945년 물가지수는 0.0006 수준으로, 1945년 1원의 가치는 2014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17만2천 원가량 된다.

 

1945년 80㎏에 0.29원이던 쌀 가격은 올해 5월 기준으로 15만8천300원이 돼 액면으로만 따지면 54만 배 넘게 뛰었다.  

 

금값은 1g당 0.12원에서 5만9천770원으로 5만배 올랐다.

 

경제 성장과 함께 사회적인 인프라와 국민의 생활상도 크게 바뀌었다.

 

광복 직전이던 1944년 국내의 총 도로연장은 2만5천㎞였지만 2013년 1억641만㎞로 늘어났다. 

 

1944년 4.2%에 불과하던 도로 포장률은 2012년 83.4%까지 높아졌다.

 

비만 오면 질퍽거리던 좁은 길이 이제는 전국의 물류를 실핏줄처럼 연결하는 말끔한 포장도로로 변신한 것이다. 

 

자동차 등록대수도 1946년 1천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1천575만대를 기록했다. 

 

주택보급률은 1965년 78% 수준에서 2013년 116% 수준으로 올랐다. 1인당 주거면적도 1975년 7.9㎡에서 2012년 31.7㎡로 넓어졌다.

 

1955년 유선전화에 가입한 국민은 2만9천 명에 그쳤지만 2012년 4천764만 명이 됐다.  

 

이동전화 서비스 가입자는 1982년 300명에서 2012년에는 5천235만 명으로 전체 인구 수를 넘어섰다.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는 1949년 0.22명에서 2013년 2.18명으로 늘었다. 의료기관은 1955년 5천542곳에서 2012년 5만9천519곳으로 증가했다.

 

풍족해진 생활은 한국인의 모습도 바꿔놓았다.

 

1965년과 2013년 사이에 17세 평균치를 기준으로 남자는 키가 9.5㎝, 몸무게는 13.9㎏ 늘었다.  

여자는 키가 3.9㎝, 몸무게는 5㎏ 늘었다. 

 

1970년 61.9세이던 기대수명은 2014년 81.8세로 20세 가까이 길어졌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만 65세 이상 인구 비율인 고령화율은 2014년 현재 12.7%를 기록해 고령사회(14% 이상) 진입을 목전에 뒀다.

 

반면에 15세 미만 인구는 1955년 41.2%에서 지난해 14.3%로 뚝 떨어졌다.

 

고령화와 저출산은 70년간 성장을 거듭해 온 한국 경제가 당면한 주요 과제로 꼽힌다. 

 

삶의 질을 보여주는 일부 지표들은 악화하기도 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 건수는 1983년 8.7명에서 2013년 28.5명으로 늘어났다.

 

인구 1천명당 이혼 건수도 1970년 0.4건에서 2013년 2.3건으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한국의 자살률, 이혼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득 분배의 척도인 소득 1분위 대비 5분위의 배율은 1992년 3.52에서 2013년 4.56까지 늘어나 빈부 격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70년의 성장 과정에서 생긴 그늘을 지우고, 다가올 70년의 번영을 이룰 길을 찾는 것이 광복 70주년을 맞은 한국 경제의 숙제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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