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못 쉬지만, 수출역군 자부심으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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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못 쉬지만, 수출역군 자부심으로 일합니다"

14434416272654.jpg         부산 신항 자료 사진
명절 연휴 못 쉬는 부산항 트레일러 기사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13년간 제대로 명절 연휴를 보낸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수출역군이라는 자부심으로 일터에 나옵니다."


부산 신항 야드 트레일러 기사인 신영주(43) 씨의 추석은 올해도 정신없이 흘러갔다.


추석 전날인 26일 오후부터 시작된 근무는 추석날 오전 9시까지 이어졌다.

 

하역된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느라 좁은 트레일러 운전석에서 다리 한번 제대로 못 펴보고 일했지만, 근무를 끝내고 숨돌릴 틈도 없이 집으로 향했다.


오전 10시 30분. 남들보다 늦은 차례상이 차려졌다.


올해는 경북 의성에 사는 아버지가 부산으로 역귀성했다.


어머니를 여의고 혼자 남은 팔순 아버지를 오시라 해 죄송한 마음뿐이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명절 연휴 내내 얼굴 뵙기도 어렵다.


그래도 올해는 가족끼리 차례를 지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트레일러 운전대를 잡은 13년 동안 신씨가 추석 연휴를 제대로 보낸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신씨뿐만 아니다. 신항에 근무하는 250명 야드 트레일러 노동자들이 다 그렇다.


명절 연휴에도 3조 2교대 근무는 어김없이 돌아온다.


낮에는 11시간 밤에는 13시간 일한다.  


남들이 가족, 친지들과 둘러앉아 정겨운 시간을 보낼 때 1평 남짓한 공간에서 운전대를 잡고 온종일 씨름한다.  


명절이면 트레일러에 혼자 있다는 사실이 간혹 서럽기도 하다.


신씨는 "우리 트레일러 기사뿐 아니라 부산항 컨테이너터미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명절 연휴 때 쉬는 날은 설과 추석 당일뿐이에요. 고향에 맘 놓고 다녀오기도 어렵죠"라고 말했다.

 

신씨의 말처럼 신항 근무자 몇 천명은 밤낮없이 일한다.


39m 높이 겐트리 크레인 조종석에서 하루 11∼13시간 앉아 컨테이너를 선박이나 부두에 싣고 내리는 기사들과, 지상에서 근무하는 야드 트랙터 기사, 신호수, 하역선적 책임자와 상황실 근무자 등이다.  


신씨는 "덤핑이 심해지고 화물 운반 단가가 떨어져서 항만근로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명절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힘든 여건 속에서 일하지만 우리가 수출입 현장의 최일선에 일하는 수출역군이라는 생각에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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