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만드는 이색 축제들…전주 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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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화

시민이 만드는 이색 축제들…전주 물들이다

<<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가맥·대학로·강강술래 축제….

다소 생경한 이들 축제의 공통점은 올해 처음으로 치러진데다 전북 전주시민들이 직접 만든 것들이다.

주제가 신선했을 뿐 아니라 프로그램이 알차고 신명났다는 평가다.


예산을 지원하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행정기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시민이 열과 성을 다했기에 그런 평가가 가능했다.


기존의 딱딱한 관 주도의 행사에서 벗어나 지역 공동체의 참 의미를 되새기는 이들 축제가 점차 전주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들 축제는 지역민이 직접 행사장을 준비하고 참여를 유도하며 참가자들에게 나눠줄 기념품이나 경품을 그 지역 상가에서 기부받아 함께 나누는 일종의 '공유 축제들'이라고 할 수 있다.


8일 시작된 '제1회 전대로 거리축제'도 그런 축제 중 하나다.


전북대학교를 줄인 '전대'의 옛 정문 거리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대학로가 소비의 거리가 아니라 생산적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고자 하는 대학과 지역 주민의 몸부림에서 비롯됐다.


교수·상인·학생·주민은 올해 봄부터 전대로가 흥청거리는 유흥의 거리가 아닌 '청년문화의 산실'로 새롭게 변화시키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래서 '재미路! 예술路! 전대路!'를 주제로 이틀간 거리축제를 열어 대학 동아리 등의 국악, 합창, 비보잉, 록음악, 밴드 공연 등을 선보였다.


상인과 주민은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전북대 옛 정문을 출발해 덕진광장∼도립국악원∼명륜 4길 골목을 거쳐 되돌아오는 '이색 시민 퍼레이드'도 마련했다.


학교 안에서는 박물관의 유·무형문화 전시를 비롯해 인문학 강연, 길 위의 인문학 등의 프로그램과 가족단위 관람객을 위한 다채로운 체험부스도 마련해 지역민들이 흥겨운 한바탕 잔치를 벌였다.


얼마 전 추석연휴에는 알록달록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시민이 손에 손을 맞잡고 '달맞이 강강술래 축제'를 펼쳤다.


한옥마을 주민이 주도한 이 축제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한데 어우러진 장관을 연출하며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냈다.


전주만의 독특한 술 문화도 축제가 됐다.


가맥(가게 맥주의 줄임말) 축제가 그것인데, 이는 1980년대 초반 전주 경원동 일대 작은 가게들이 탁자와 의자 몇 개를 놓고 맥주를 팔기 시작하면서 태동한 가맥문화를 축제로 승화한 것이다.


무더운 8월 어느 여름날에 가맥집 주인들이 주축이 돼 연 이 축제에서 지갑이 얇은 직장인과 청년들이 부담 없는 가격으로 맥주를 즐기며 잠 못 드는 열대야를 이겨냈다.


전주에는 30여곳의 가맥집이 영업 중이며 안주는 갑오징어나 황태, 계란말이, 땅콩 등이다.


이 중 백미는 '갑오징어'다. 갑오징어는 오징어보다 질겨서 망치로 두드려 살을 부드럽게 해 내오는데, 가맥 집마다 갑오징어를 찍어 먹는 양념장이 달라 이를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처럼 지역민이 동네의 다양하고 친숙한 소재의 축제를 직접 만들고 즐기는 민간주도형 축제가 확산하면 '작은 공동체'는 자연스럽게 더욱 견고하고 농밀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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