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인도네시아 건설업계 차세대 여장부 황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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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인도네시아 건설업계 차세대 여장부 황미리


2세 경영인, 기자, 뷰티 파워 블로거, 경제단체 임원 등 팔방미인으로 활약

"자수성가한 1세대를 이어 글로벌화한 2세대가 기업 더 키울 것"

 

(경주=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한상(韓商) 2세들이 금수저 물고 태어난 온실 속 화초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실제로 만나보면 다들 누구보다도 더 노력합니다. 현지화·글로벌화의 장점을 지닌 데다 기업을 더 크게 키우겠다는 비전도 있어 한상의 장래는 밝다고 확신합니다."


13일 경상북도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제14차 세계한상대회'에 참가한 인도네시아 한상 황미리(30·여) 씨는 2세 경영인으로 현지 한인 사회에서 여장부로 통한다.


그의 부친은 인도네시아에서 연매출 5천만∼1억 달러 매출을 올리는 종합건설회사 PT.SSA(Sepuluh Sumber Anugerah)의 황의상 대표. 외동딸인 그는 회사의 총괄본부장, 세계적인 경제잡지 '포브스'의 인도네시아판 기자, 한-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이하 코참) 사무차장, 뷰티 분야 파워 블로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등 공식 활동 명함만도 여러 장이다.


그는 이번 한상대회에서 청년들의 해외 진출을 도우려고 도입한 프로그램 '한상&청년, Go Together!'의 사회를 맡았다.


황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외에서 성공한 한상은 모두 '맨땅에 헤딩'해서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라 책임감과 생존력이 강하고 끈기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쉽게 포기하지 않고 줄기차게 도전하는 정신은 차세대가 배워야 할 점"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최근 세대교체의 바람으로 타고 경영 전면으로 나서는 2세들은 변화에 잘 적응하고 융통성도 있어서 사업의 확대나 다각화에 적극적"이라며 "경영 신·구의 조화가 시너지를 발휘해 주류 사회에 인정받는 기업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1994년 초등학교 4학년 때 먼저 진출한 아버지를 따라서 인도네시아로 건너온 그는 고교 졸업 후 미국 시애틀의 워싱턴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에는 학보사 기자로도 활약했고, 미 전역으로 송출하는 KBCS 라디오의 정치 뉴스 아나운서와 보잉사의 소수민족 노조 협상가로도 일하며 팔방미인이라는 소리를 곧잘 듣곤 했다.

 

황 씨는 대학 졸업 후 모국인 한국을 더 알고자 한국으로 건너왔다. 이후 연세대에서 국제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2010년 매일경제신문의 MBA 섹션 전문기자로 채용돼 3년간 세계지식포럼 등 각종 포럼의 아나운서로 활동했다. 그는 300여 명의 글로벌 기업 CEO 등 유명 인사를 인터뷰한 내용을 엮어 공저 'HELLO CEO'와 '청춘 몸값 높이기'를 내기도 했다.


"기자에 매력을 느껴 박사과정 진학을 포기했는데 결과적으로는 큰 도움이 됐습니다. 수많은 CEO를 만나면서 어렴풋하게나마 경영이 어떤 것이란 걸 알게 됐거든요."


황 씨는 2013년 사표를 내고 인도네시아로 돌아와 부친 회사에서 말단 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차곡차곡 경영 수업을 받았다. 건설 분야는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는 부친의 충고를 따라 정유 탱크 등 플랜트 제조 공장을 비롯해 빌딩·아파트·공장 건설 사업장을 누비고 다녔다.


그는 유창한 영어 실력과 국제포럼 진행 경험을 살려 각종 프레젠테이션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입사 1년 뒤에는 총괄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인도네시아 기업에는 없는 새로운 문화도 도입했다. 영어를 못하는 사원을 위해 '퇴근 후 사내 영어교실'을 열어 능력 계발을 돕고 부서 회식, 연말 파티, 사원 서바이벌 게임 등을 주최해 신바람 나는 직장 만들기를 주도하고 있다.


나중에 부친 회사를 물려받겠다는 생각에 그는 학창 시절부터 경영 서적을 끼고 살았다. 유학 시절에는 매주 한 권씩 책을 읽었고 지금도 출장을 갈 때면 항상 책을 넣고 다니면서 틈틈이 읽고 있다.


"세계적인 CEO의 경영서나 최신 마케팅 관련 서적 등을 읽으면서 책의 빈칸에 내 의견이나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어 놓았죠. 그래서 제가 읽은 책은 누구에게도 안 보여주는 일기장 같습니다."


SNS인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인도네시아어로 '한국인 화장법'을 연재하는 그는 현지 방송이 뷰티 프로그램을 같이 만들어보자고 제안할 정도로 인도네시아 여성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부는 한류 덕분에 한국식 화장 등 뷰티 분야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느는 것에 착안해 내년에 독자적으로 뷰티·패션 사업에 진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회사 일에 자기 사업에 바쁜 와중에 포브스 기자로까지 활동 범위를 넓힌 이유를 묻자 그는 "포브스 편집장으로부터 리포터 제안을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인도네시아 진출 한국 기업을 소개하는 연재 코너를 만들자고 역제의해 채택됐다"며 "외국계 중 가장 많은 게 한국 기업인데 주류 사회에 너무 안 알려진 것이 안타까워 나선 일이라 힘든 줄 모른다"고 담담히 말했다.


코참과 민주평통 등 각종 한인 행사 사회도 맡으며 2년 만에 한인사회의 마당발이 된 그는 무슬림의 인사말인 '인 샤 알라'(모든 것은 신의 뜻이라는 의미)를 모르면 사업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이나 한국의 기업은 '마감 시간'이라는 게 있지만 인도네시아에는 없죠. 직원만이 아니라 사업 파트너나 공무원조차도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때 '인 샤 알라'를 외칩니다. 여기서 사업하려면 항상 제2, 제3, 제4의 대안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는 취업 불황을 겪는 고국의 후배 청년들에게 "한국에서는 글로벌화가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로의 진출인 것처럼 인식하는 게 안타깝다"며 "다국적기업들의 각축장인 동남아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적인 경영 전략가 세스 고딘이 강조한 '린치핀(linchpin; 자동차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꽂는 핀을 말하며 비유적으로 핵심이나 구심점을 뜻한다)이 되라'라는 말을 사원들에게도 늘 강조합니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자신만의 장점이 있어야 취업이나 창업, 심지어 경영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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