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 원자재 가격 추락에 '직격탄'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 경제, 원자재 가격 추락에 '직격탄'

14497252475983.jpg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윤영숙 기자 = 북한 경제가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성장 둔화와 공급 과잉 등으로 북한 수출의 기둥뿌리인 석탄과 철광석의 국제가격은 이미 반 토막이 났다.


이에 따라 올들어 10월까지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철광석은 달러 기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0%나 줄었다. 또 중국에 수출하는 무연탄은 달러 금액으로 올해 8월부터 줄어들고 있으며 10월에는 33%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외화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석탄·철광석 가격 줄줄이 하락…대 중국 수출액 급감

석탄과 철광석 등 북한의 1위와 2위 수출 품목 가격이 하락하자 북한 수출도 어려운 상황이다.


10일 코트라의 '2014년 북한 대외무역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에 북한의 수출은 31억6천만달러로 전년보다 1.7% 줄었다. 2013년에는 수출이 11.7% 증가했다가 작년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이는 전체 수출에서 석탄과 철광석 등 광물 관련 자원의 수출이 전체의 49.6%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작년 광물 생산품 수출액은 전년보다 17.1% 감소해 전체 수출 품목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2013년 광물 생산품 수출액이 14.4% 증가한 것과 크게 비교된다.


석탄 국제가격은 올해 들어 중국의 경기 둔화로 18% 가까이 하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호주 석탄 선물 가격은 52.33달러로 연초보다 17.8% 하락했다. 이는 2월 고점 대비로는 32%가량 하락한 것이다. 작년에는 12%가량 하락했다.


철광석 가격 역시 올해 공급과잉과 중국의 수요 둔화로 크게 하락했다.


8일 뉴욕 시장에서 철광석 가격은 톤당 38.99달러를 기록해 40달러선이 무너졌다. 런던시장에서도 39.60 달러로 떨어지면서 10년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철광석 가격은 톤당 200달러 가량이었던 2011년에 비해서는 80% 가량 폭락했다.


이는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가 가장 큰 요인이다. 중국의 철광석 소비는 전 세계의 50%를 웃돈다.


경기 둔화로 철광석으로 만든 철강의 중국 수요는 작년에 3.3% 줄어든데 이어 올해에도 0.5% 추가 감소했다.


중국의 철강 수요 둔화에도 발레, BHP빌리턴, 리오틴토 등 세계적인 광산업체들은 시장 점유율을 고수하기 위해 공급을 계속 늘려 공급과잉 문제를 낳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무역협회와 중국해관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북한의 대(對) 중국 무연탄 수출액은 올해 1∼10월 8억9천799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9억4천918만달러)보다 5.4% 감소했다.


중국으로의 무연탄 수출액은 8월부터 작년동기 대비 감소 추세다. 특히 10월 대 중국 무연탄 수출액은 작년 동월보다 32.6% 감소했다.


올해 1∼10월 중국으로의 철광석 수출액은 6천51만달러로 작년 동기(1억9천890만달러)보다 무려 69.6%나 줄었다.


대중국 철광석 수출도 올해 1월 68% 감소한 데 이어 줄곧 50% 이상의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이종규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부 연구위원은 "내년에도 무연탄과 철광석의 수출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무연탄 가격 하락 직격탄…외화확보 어려움"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 원자재 수출 신흥국이 국제가격 하락에 신음하고 있다. 북한도 같은 이유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북한은 중국 경제 성장 둔화의 유탄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수출과 수입은 각각 31억6천만 달러와 44억5천만 달러이며 국가별 교역 비중에서 중국은 90.2%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의존도는 2005년 절반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처음으로 90%를 넘었다.


북한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원자재는 중국 내 수요 증가로 2010년 전후에 급증했다. 그러나 최근에 중국 제조업 성장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와 환경규제 영향으로 감소세로 전환했다고 코트라는 설명했다.


북한은 중국의 철광석과 무연탄 수요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철광석과 무연탄 수출 가격은 2년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석유와 구리, 석탄, 아연 같은 원자재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종규 연구위원은 "북한은 수출의 30∼40%를 차지하는 무연탄 가격이 톤당 50달러로 떨어져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전망은 더욱 어둡다. 중국은 올해 6%대 성장에 그쳐 연간 성장률이 25년 만에 최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중국의 원자재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스 등은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올라가지 않으면 원자재 가격이 당분간 낮은 수준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 무연탄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 철강업계는 국내 수요 둔화로 공급 과잉에 빠지자 감산에 나선 상황이다.


이 연구위원은 "무연탄 수출 감소로 무역수지가 악화하면 외화 확보에도 어려움이 생긴다"면서 "무연탄을 중국에 팔고 이 나라에서 필수 소비재를 수입하는 구조가 위태로워지므로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최악의 경우 원자재 수출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장은 "석탄 가격이 톤당 40달러(FOB)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되면 석탄 수출을 중단하든가 수출 물량을 줄이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최근 중국과 러시아 접경지역 개발 사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어 원자재 가격 급락에도 경제가 위기를 맞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외화 수입이 줄어들면 통치자금이 부족하고 북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있겠지만 아주 나빠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14497250643458.jpg중국의 한 탄광(AFP=연합뉴스 DB)

ysyoon@yna.co.kr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