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죽여주는 여자' 이재용 감독과 윤여정·윤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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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문화

<인터뷰> 영화 '죽여주는 여자' 이재용 감독과 윤여정·윤계상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이재용 감독이 영화 '죽여주는 여자'(The Bacchus Lady)로 제66회 베를린영화제를 찾았다. 출연 배우 윤여정, 윤계상과 함께다.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이 작품은 공원에서 노인들에게 성을 파는 1950년생 '소영'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고령사회 한국의 노인 문제를 조명했다.


'죽여주는' 성 서비스로 단골이 많은 소영이 무기력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마감하려는 노인 손님들의 잇따른 자살을 돕는, 즉 이들을 실제로 '죽여주는' 행위에 나선다는 줄거리다.


"전무송 씨는 대본을 읽고 나서 나더러 천사 같다고 했어요. 숨만 쉰다고 살아있는 게 아니잖아요. 늙음의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어떤 것인지를 우리가 알잖아요. 그랬을 때 역시나 사는 의미를 찾지 못하는 한 여자가 그들의 자살을 돕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음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이죠."


윤여정 씨는 15일 낮(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서 소영에게 부탁해 약물 자살을 하게 되는 배우 전무송의 역할을 소개하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었다.


모텔에서의 성애 장면을 연기할 때에는 비위가 약해져서 와인을 챙겨 마시며 속을 달래고서 촬영을 했다고도 그녀는 귀띔했다.


"그런 것을 연기할 때 얼마나 불편했겠어요. 누구나 똑같지요. 저라고 다르겠어요. 이 감독의 목을 조르고 싶었답니다. 그것도 여러 번이요. (웃음) 소영의 삶을 연기하는 동안 굉장히 우울해 지기도 했죠."

젊은 시절 속칭 '양공주'로 살다가 미군 병사의 아이를 가져 입양을 보낸 소영의 개인사는 한국현대사의 편린이기도 하다.


"그렇게 살다가 먼지처럼 사라져간 한 여자의 일생으로 한국현대사를 관통하면서, 동시에 우리가 고령사회에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를 더불어 고민해 보자는 뜻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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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 같은 영화로 알려진 이 감독은 애초 영화제를 노린 것은 아니지만, 영화제를 거쳐 관객에게 소개되면 좋을 소재의 영화임을 염두에 뒀었다며 작품의 메시지를 풀었다.


이 감독은 '스캔들' 외 '다세포 소녀'(2006), '여배우들'(2006),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2013)로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받은 영화제 단골이다.


이 감독의 출연 제의를 거절할 수 없었다는 윤여정 씨는 "많이 변했다. 나이 육십이 지나면서 굉장히 자유로워졌다"며 자신의 작품 선택 기준을 설명했다.


"첫째 시간이 맞아야겠지요. 다음은 내가 좋아하고 신뢰하는 감독, 그리고 작가와 함께하는 것이지요. 굉장히 행복합니다. 노배우(1947년생)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인 것 같습니다."


윤여정 씨는 옆에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하던 윤계상 씨를 두고서는 "아이돌 출신으로서 쉽지 않은 일일 텐데, 명성이나 돈을 좇기보다 자기 의지대로 감독을 보면서 작품을 고르는 것을 보면 놀랍다"면서 "나는 육십에 터득한 것을…"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소영의 이웃집 장애인 청년으로 연기한 윤계상 씨는 이 말을 받아 "급하게 가지 않겠다"면서 "천천히 더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런 그에게 윤종빈 감독의 '비스티 보이즈'(2008)에서 호스트로 출연한 것을 본 기자가 "연기 참 잘하더라"라고 평가하며 반응을 구하려는 말을 건네자, 리액션은 오히려 당사자가 아닌 '대선배' 윤여정 씨에게서 나왔다.


"배우가 늘 잘하지는 않습니다. 이 역할은 잘할 수 있지만, 저 역할은 나보다는 다른 배우가 잘할 수 있는 거죠. 우리는 그런데 그런 구별 없이 꼭 1등을 매기고 최고의 연기자니, 최고의 배우이니 그러잖아요. 그런 것은 없다고 봅니다. 좋은 배우가 있을 뿐이죠."


영화 '죽여주는 여자'의 국내 개봉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오는 6월에서 8월 사이를 고민하고 있다고 이 감독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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