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 탈당 막다른 골목 몰아붙인 친박…피 안묻히려 '핑퐁'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

劉 탈당 막다른 골목 몰아붙인 친박…피 안묻히려 '핑퐁'

공천 결정 계속 미루는 '고사작전'에 劉 스스로 탈당 선택


劉 공천 배제시 역풍 우려해 우회로…劉 빠진 후보중에서 공천할듯


진박 이재만 후보 유력…"무공천이 옳다" 김무성 입장 변수
 

(서울·대구=연합뉴스) 안용수 류미나 기자 = 새누리당 지도부는 4·13 총선 공천의 '뇌관'으로 자리 잡은 유승민 의원 문제를 공천 여부 결정을 무한정 미루는 고사작전을 통해 매듭지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일 전날인 23일 밤까지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의견 차가 계속 되고 있기 때문에 결론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24일 공관위 회의를 속개해 심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유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할 수밖에 없도록 몰아세우며 다른 선택의 여지를 없앤 '최후통첩'으로 해석됐다.

이날 자정이 지나고 나면 24일부터 총선 후보 등록이 시작돼 공직선거법상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 유 의원에게 먼저 결단하도록 토끼몰이식으로 압박한 것이다.


결국 이 위원장의 회견 30분 후인 이날 밤 10시50분께 유 의원은 자신의 대구 선거사무소에서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새누리당과 그 전신 정당이 이런 식으로 후보 등록이 임박할 때까지 후보 공천을 미뤄, 결국 후보자가 자신의 새로운 정치적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라는 방법을 택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14587789035441.jpg

새누리당의 공천 심사 초기 단계에는 당 정체성 위배를 이유로 유 의원의 지역(대구 동을)을 우선추천지역으로 지정해 유 의원을 '컷오프'(공천 배제)시킨다는 설이 팽배했다.


친박(친박근혜)계는 국회법 파동 속에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히고, 원내대표직까지 사퇴한 유 의원을 끌어내리기 위해 끊임 없이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도 유 의원과 가까운 주변 의원들을 하나둘씩 가지치기하듯 낙천시키면서 포위망을 좁혀갔다.


친박계가 유 의원을 사퇴로 몰아간 것은 집권 후반기로 들어선 박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최대한 우군 확보가 절실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는 총선 직후 실시될 예정인 전당대회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친박계로서는 지난 2013년 7월 전당대회부터 국회의장, 원내대표 선거까지 각종 당내 선거에서 판판이 밀렸던 전철을 밟지 않으려 세력화 하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4587789100223.jpg


그러나 친박계가 조여들어 갈수록 유 의원에 대한 동정론이 일고, 심지어 다른 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제기되자 공관위의 심사 발표는 차일피일 미뤄져 결국 후보 등록 전날까지 오게 된 것이다.


공관위는 제 손에 피를 묻히기보다는 유 의원 스스로 탈당 또는 불출마 선택을 기다렸지만, 유 의원은 끝까지 공관위의 결정을 기다리며 서로 먼저 칼을 빼기를 기다리는 형국이 연출됐다.


이렇게 정치적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공관위는 최고위에 최종 판단을 넘기고, 최고위는 공천 심사는 공관위의 영역이라며 책임을 미루며 '폭탄 돌리기' 양상까지 벌어졌다.


한 핵심 당직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유 의원을 죽이면 정치적 후폭풍을 우려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 의원에 대한 공천이 미뤄지는 사이 대구는 물론 서울, 수도권까지 친박(친박근혜)계 후보가 경선에서 줄줄이 떨어지면서 유 의원을 떨어뜨리려다 역풍을 맞은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공관위의 고사작전의 결과로 유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고 무소속 출마를 강행함에 따라 공관위로서는 다른 후보를 공천할 명분을 확보했다.


현재로서는 공관위가 '진박'(眞朴)을 자처한 대구 동구청장 출신의 이재만 후보를 공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렇게 될 경우 대구 동을 선거는 새누리당 이재만 후보와 무소속 유승민 후보간 맞대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법 파동과 공천 갈등을 겪으며 대권주자급으로 성장한 유 의원이 무난하게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과,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절대적인 대구에서 사실상 박 대통령과의 대결로 비화한 만큼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김무성 대표의 경우 대구 동구을 공천을 결론짓지 못하면 무공천을 하는 게 옳다는 입장이어서 유 의원 탈당이 논란의 종결은 아닐 가능성도 있다.


특히 김 대표가 무공천 소신을 굽히지 않을 경우 이재만 후보도 새누리당의 공천권을 확보하지 못해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 동을에서는 여당 후보 없이 무소속 후보들이 대결을 벌이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