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나면서부터 어른 모방 능력 갖춘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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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문화

"신생아, 나면서부터 어른 모방 능력 갖춘건 아냐"

호주 연구팀 발표…자폐 등 아동발달 분야에 기여 가능성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어른들이 신생아들이 하는 모습을 흉내 내 혀를 쑥 내밀거나 입을 '아'하고 벌리면, 신생아들도 종종 따라 하는 모습을 보여 어른들을 놀라게 한다. 신생아들은 어른들을 따라 하는 능력을 타고난 것일까?


신생아들이 설사 따라 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도 이는 우연히 나온 것일 뿐이며, 신생아 입장에서 모방하는 것은 기술(skill)인 만큼 배워야 하는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ABC 방송은 6일 임산부 대상 웹사이트나 책들, 일부 교과서가 신생아들이 날 때부터 잘 따라 한다고 기술하고 있지만, 퀸즐랜드대학 연구팀은 신생아들이 처음부터 흉내를 잘 내지는 않는다며 이를 부인하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어른들을 통해 신생아 106명에게 혀를 쑥 내밀거나 입 벌리기, 손가락으로 가리키기, 행복하거나 슬픈 표정, "음음" 소리내기 등 11가지 동작을 제시했다.


이번 실험은 신생아들에게 이런 동작들을 각 60초 동안 보여주는 식으로, 생후 1주, 3주, 6주, 9주째 등 4차례에 걸쳐 실시됐다.


연구를 이끈 버지니아 슬로터 발달심리학 교수는 "아기들이 어른들의 동작을 흉내 낸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아기들이 따라 하는 것처럼 보였더라도 우연히 나온 행동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슬로터 교수는 한 예로 생후 1주의 아기들이 혀를 내미는 동작을 따라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이 3주나 6주, 9주에 들어가서는 따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슬로터 교수는 신생아 엄마가 자신의 연구 결과를 듣고는 "아기가 내가 하는 제스처를 따라 하지 못해 그동안 뭔가 잘못됐다는 걱정을 해왔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말했다.


호주 라트로브 대학 발달심리학자인 셰릴 디사나야크 교수는 이번 연구가 "게임체인저로 매우 흥미롭다"며 자폐증 등 아동발달분야 연구나 교육 등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방송에 말했다.


그러나 미국 마이애미대학 엘리자베스 심슨 교수는 "아이가 자기에게 주어진 동작 자체를 할 능력이 없다면 흉내를 못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아기들에게 반응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 등 연구방법에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신생아가 어른이 하는 행위를 따라 할 능력이 있는지를 두고 약 30년 동안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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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들의 모습<<AP=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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