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로 본 건축…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개막(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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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적률'로 본 건축…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개막(종합)

"용적률은 서울 변화 설명하는 키워드"…문화예술위 운영

(베네치아=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제15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의 한국관 전시인 '용적률 게임: 창의성을 촉발하는 제약'이 26일(현지시간) 시작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이날 오후 한국관 개막식을 열고 지난 50년간 서울의 변화를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키워드이자 사람들의 집단적 욕망을 드러내는 지수인 '용적률'을 주제로 한 전시를 공개했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의 주제인 '전선(前線)에서 알리다'(Reporting from the Front)에 대응해 선택된 테마인 용적률은 대지 면적에 대한 건축물 연면적(바닥 면적의 합계)의 비율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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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개막식.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커미셔너로서 총괄 운영하는 이번 전시는 김성홍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가 예술감독을 맡았다.


공동 큐레이터로는 신은기 인천대 교수, 안기현 한양대 교수, 김승범 브이더블유랩 대표, 정이삭 에이코랩 대표, 정다은 코어건축 팀장이 참가했다.


김성홍 교수는 개막식에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국 건축가는 땅을 보면 먼저 최대로 지을 수 있는 건물 면적을 생각한다"면서 "용적률은 한국사회를 들여다보는 렌즈로, 2010년 이후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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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 전시 예술감독을 맡은 김성홍 서울시립대 교수.

위원회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불패 신화가 깨지면서 아파트 대신 중간 규모의 주택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었고, 젊은 건축가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어 창의적인 용적률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은 '게임의 규칙', '게임의 양상', '게임의 배경', '게임을 보는 관점', '게임의 의미' 등 5개 공간으로 나뉜다.


'게임의 규칙'은 땅, 건물, 규칙 사이에서 펼쳐지는 용적률 게임의 특성을 설명한다.


'게임의 양상'에서는 2010년 이후 지어진 건축물 36개를 시각화한 작업의 결과물이 나온다.


실제 건물을 75분의 1 크기로 줄인 모형을 통해 건폐율(대지 면적에 대한 건축물 면적의 비율)과 용적률을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으로 끌어 올리고자 애쓰는 건축가들의 고심을 엿볼 수 있다.


'게임의 배경'은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특성을 다양한 통계와 그래프로 제시하고, '게임을 보는 관점'은 다세대주택을 소재로 한 강성은·백승우·정연두·신경섭 작가의 회화와 사진, 영상 작품을 보여준다.


특히 2년간 오래된 다세대주택을 촬영한 사진 4천327장으로 구성된 백승우의 '4327 시리즈'는 용적률을 높이기 위해 불법적으로 확장한 공간들이 서울의 특징적 모습이 됐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또 '게임의 의미'에서는 용적률 게임이 현대 한국사회에서 갖는 의의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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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전시된 강성은과 백승우의 작품.

김 교수는 "용적률은 세계 대도시에 다 있지만, 용적률 게임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되는 곳은 서울"이라면서 "용적률 게임은 경제력이 있는 아시아의 대도시들이 앞으로 겪게 될 공통의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은 '아파트 도시'라고들 생각하지만, 인구의 55.2%는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 거주한다"면서 "절반이 넘는 이 주택들을 어떻게 재생할 것인지 고민해 보자는 취지로 전시를 기획했다"고 덧붙였다.


전시 주제가 외국인에게는 다소 생소하고 시각 자료가 많지 않다는 질문에 대해 김 교수는 "어떤 분은 그냥 갈 수도 있고, 어떤 분은 오래 머물 수도 있다"며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야 많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박명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이제는 한국 건축이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과 본전시에 초청된 한국 작품을 통해 한국 건축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한국관이 뉴욕타임스 스타일 매거진으로부터 예멘관, 폴란드관, 미국관, 네덜란드관 등과 함께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곳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용적률은 서울에서 중요한 주제로,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삶의 질을 높이려고 건축가들이 노력한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은 28일 공식 개막해 11월 27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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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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