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400년 전 백제 장식기와 '치미' 복원…"새가 비상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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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400년 전 백제 장식기와 '치미' 복원…"새가 비상하는 듯"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부여 왕흥사 승방터서 한 쌍 출토

(서울=연합뉴스 백제 위덕왕이 577년 세운 부여 왕흥사 터에서 나온 국내 최고(最古)'치미'가 복원·공개됐다. 치미는 전통 건축물에 사용되는 장식기와로, 용마루 끝에 설치해 위엄을 높이고 귀신을 쫓는 역할을 한다.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0132014년 발굴조사 중 승방으로 보이는 건물터의 남쪽과 북쪽에서 각각 발견한 치미 한 쌍을 3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했다. 고대 건물터에서 용마루 좌우의 치미가 한꺼번에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번에 최초로 공개된 왕흥사지 치미는 이 절이 창건된 6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주 황룡사지 치미, 부여 부소산 폐사지 치미, 익산 미륵사지 치미 등보다 제작 시기가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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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흥사지 치미. 승방 건물터 남쪽과 북쪽에서 나온 치미를 합친 것이다. [문화재청 제공]

 

왕흥사지 치미는 출토 당시 지붕에서 떨어져 조각난 상태로 땅에 묻혀 있었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이를 수습해 남쪽 치미는 상부, 북쪽 치미는 하부를 복원하고 삼차원 입체영상 기술로 상하부 전체를 복원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복원 이미지에 따르면 왕흥사지 치미는 높이가 123, 최대 너비가 74이다.

 

왕흥사지 치미는 전체적인 생김새가 꼬리를 세운 새가 비상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연꽃무늬·구름무늬·초화(草花)무늬 등 화려한 문양으로 장식됐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왕흥사지 치미는 전체를 만든 뒤 상부와 하부를 분리해 따로 구워낸 것으로 판단된다""중국 남조척(南朝尺)1자가 약 24.5인데, 이 척도를 적용하면 왕흥사지 치미는 높이가 5자이고 너비는 3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왕흥사지 치미에 대해 "백제 사비 도읍기의 기와 제작기술과 건축기술, 건축양식 등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귀한 자료"라고 평가한 뒤 "주로 사찰의 금당(본존불을 안치하는 중심 건물)이나 강당 터에서 나온 치미가 승방 터에서 출토됐다는 것은 당시 승려의 지위가 높았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개된 왕흥사지 치미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9일 개막하는 특별전 '세계유산 백제'에 전시될 예정이다.

 

부여 규암면에 있는 왕흥사지(사적 제427)는 사비 백제의 왕궁터로 알려진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에서 보면 금강 건너편에 있다. 지난 2007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리장엄구(보물 제1767)가 출토돼 577년에 창건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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