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이 저축은행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의 약 70%가 담보인정비율(LTV) 70%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LTV 70%를 초과하는 대출은 집값 하락과 함께 부실해질 수 있는 고위험 대출로 분류된다. 경기 침체 때 자영업자의 제2금융권 대출부터 부실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자영업자(개인사업자)들이 저축은행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현재 3조3천996억원이었다. 1년 전(2조7천269억원)과 비교해 24.7% 급증했다.
이 중 LTV가 70%를 넘어서는 대출규모는 지난해 9월 말 2조2천848억원으로 전체 자영업자 주택담보대출의 67.2%를 차지했다.
LTV 70% 초과 대출이 이같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자영업자 주택대출이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 하락기에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악화돼 전체 금융권으로 위기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집값이 떨어지면 금융기관이 담보 처분을 통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LTV 비율이 높은 대출은 '시한폭탄'이 된다.
가계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는 제1금융권인 은행과 제2금융권에서 모두 LTV 70%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자영업자가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으면 LTV 적용을 받지 않는다.
자영업자 주담대는 '가계대출'이 아닌 '기업대출'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기업대출은 대출 심사를 할 때 돈을 빌리는 사람의 소득보다는 연 매출 등 사업성과 연체 이력을 따져 대출 한도와 금리를 산정한다.
문제는 자영업자가 주택을 담보로 받는 대출은 주로 생활자금 용도로 쓰여 가계부채의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기업대출 중 자영업자 대출로 분류하는 개인사업자 대출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300조5천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1천295조8천억원)의 23.2%를 차지한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가 가계대출을 추가로 받은 규모도 164조원에 이른다.
자영업자의 사업자대출의 85.6%가 은행에 몰려있고, 나머지 14.4%가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 대출이지만 비은행권 대출 증가 속도는 빠른 편이다.
저축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은 2014년 9월 5조3천억원에서 2015년 9월 6조원으로 13.2% 증가했다. 작년 9월 말 대출규모는 7조3천억원으로 1년간 21.6% 늘어 증가폭이 커졌다.
은행권의 LTV 70% 초과 고위험 대출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기업평가[034950]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현재 국내 12개 시중은행의 LTV 70% 초과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전체 가계대출의 3.3%로, 6개월 새 0.7%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LTV가 70%로 제한돼 있는데도 고위험 대출이 증가한 것은 규제 밖에 있는 자영업자 주담대가 급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자영업자 대출이 늘고 있을 뿐 아니라 11·3 부동산대책 이후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는 모습을 보여 고위험 주담대는 계속해서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험공사는 최근 발표한 '2016년 3분기 예금보험 및 부보금융회사 현황' 보고서에서 "특히 자영업자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별도 LTV 규제가 없어 부동산 가격 하락 때 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