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자 '훈민정음', 디자인 예술로 재탄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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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자 '훈민정음', 디자인 예술로 재탄생하다

국립한글박물관 '훈민정음과 한글 디자인'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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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입체화한 송봉규의 '한글 블록'.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이 28자를 가지고도 전환이 무궁하여 간단하고도 요긴하고 정(精)하고 통(通)하는 까닭에 슬기로운 사람은 하루아침을 마치기도 전에 깨우친다."


세종이 새로 만든 문자인 '훈민정음'(訓民正音)을 해설한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제70호) 서문에서 정인지는 한글이 조어(造語)하고 이해하기 쉬운 문자라고 강조했다.


수백 년 동안 언어, 문자로만 인식된 훈민정음이 현대에 들어 예술의 모티브로도 활용되고 있다. 또 다른 기능으로의 '전환'을 이뤄내고 있는 셈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은 디자이너 23개 팀이 한글을 소재로 완성한 그래픽디자인, 가구, 조명, 영상 등 작품 30여 점을 선보이는 특별전 '훈민정음과 한글 디자인'을 28일부터 연다고 27일 밝혔다.


세종대왕 탄생 620주년을 맞아 마련된 이번 특별전은 국립한글박물관이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개최한 같은 이름의 전시를 장소를 옮겨 새롭게 꾸민 것이다.


5월 2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조명한 1부 '쉽게 익혀 편히 쓰니: 배려와 소통의 문자'와 한글을 이용한 디자인 작품들로 구성한 2부 '전환이 무궁하니: 디자인으로 재해석된 한글의 확장성'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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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해례본 설치 작품.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1부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전시물은 어두운 공간에 훈민정음 해례본 33장을 네온사인처럼 만들어 밝게 보여주는 설치 작품이다.


또 김현석 홍익대 영상디자인과 교수팀이 훈민정음 해례본에 담긴 한글 창제의 원리를 쉽게 설명한 영상도 볼 수 있다.


이어 2부에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입체화한 송봉규의 '한글 블록', 가구 표면을 한글로 장식한 하지훈의 '장석장', 한글의 기본이 되는 획과 점을 디자인 요소로 삼아 의자, 벤치로 제작한 황형신의 '거단곡목가구 훈민정음 연작' 등이 나온다.


이외에도 한글 창제 당시 글자 왼쪽에 점으로 표시했던 성조를 목판에 새긴 장수영의 '성조: 빛, 소리, 조각'과 당시 '샘'의 표기법이었던 'ㅅ·lㅁ'에서 초성· 중성·종성을 분리해 흑백의 추상화처럼 표현한 윤민구의 '옛한글 컴포넌트'가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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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영의 '성조: 빛, 소리, 조각'. 글자 왼쪽에 점이 없으면 음이 낮은 평성, 점이 하나면 음이 높은 거성, 점이 두 개면 음이 낮았다가 높아지는 상성이다.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김은재 국립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한글박물관에서 사료가 아닌 한글 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한글을 활용한 디자인은 이제 출발 단계에 있지만, 외국인에게 한글을 알릴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립한글박물관은 오는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국문화원에서 '한글과 소리'를 주제로 한 특별전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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