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제주 10년] ① 화산섬, 세계를 매료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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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세계자연유산 제주 10년] ① 화산섬, 세계를 매료시키다

"자연유산 보러 제주 찾아요"…10조 원대 경제적 효과 분석
외국인 10명 중 6명 알아…세계 유명 관광지와 어깨 나란히

제주는 화산 폭발로 형성된 화산섬입니다. 동서로 길게 해안까지 뻗은 한라산이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품듯 360여 개의 오름(기생화산)을 비롯해 동굴, 폭포 등 독특한 자연경관과 마을, 초원지대를 감싸고 있습니다. 이렇듯 빼어난 자연유산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2009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지정 등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에 오르며 제주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습니다. 2017년 올해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국내 유일의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지 꼭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세계자연유산 등재 과정과 이후 달라진 제주의 위상 그리고 진정한 세계자연유산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향후 과제 등을 세 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14976837778569.jpg겨울 한라산의 절경(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25일 오전 제주 한라산 백록담이 만설을 이뤄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2017.1.25
jihopark@yna.co.kr

 "됐다! 만세!"

10년 전 2007년 6월 27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제31차 총회가 열린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컨벤션센터에서 일제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만장일치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자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과 김태환 전 제주지사 등 당시 정부·제주도 대표단들은 회의장을 빠져나와 주먹을 추켜올리며 환호했다.


제주의 빼어난 자연유산을 대한민국,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반열에 올리기 위한 6년여의 노력이 열매를 맺는 순간이었다.

14976837570066.jpg제주 세계자연유산 등재 대표단 환호(크라이스트처치<뉴질랜드>=연합뉴스) 김승범 기자 =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27일 오후 6시 25분(현지시간)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1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orld Heritage Committee)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자 유홍준 문화재청장, 김태환 제주지사 등 정부 및 제주도 대표단들이 회의장을 빠져 나오며 환호하고 있다. //2007.6.27// <<전국부 기사 참조>> ksb@yna.co.kr

   

◇ 정부·지자체·도민 한마음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과정은 뚝배기가 달아오르듯 은근하면서도 천우신조의 기회가 작용하듯 극적이었다.


2001년 1월 문화재청이 제주자연유산지구 등 7건을 세계자연유산 잠정목록으로 확정하면서부터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듬해 문화재청은 제주자연유산지구를 최우선 신청대상으로 결정, 제주도와 긴밀히 협의하며 국내외 저명 학자들을 초청해 제주 자연환경의 가치를 발굴하기 위한 학술조사와 연구를 진행했다.


지질학적 가치와 아름다움 등 여러 면에서 제주의 자연환경은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었지만, 당시엔 이를 입증할 만한 연구자료가 턱없이 부족했다.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외국의 자연유산 현지조사를 통해 제주 자연환경의 특징과 강점을 분석했고, 결국 과거 강렬한 화산활동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제주의 다양한 화산지형과 용암동굴 등이 세계자연유산으로서 등재 가치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를 바탕으로 우선 후보지를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산굼부리·만장굴 동굴계·성산일출봉·주상절리대 등으로 정하고, 2005년 5월 명칭을 '제주도 자연유산지구-용암동굴과 화산지형'으로 결정했다.

14976837536473.jpg제주 용천동굴 호수 탐사(제주=연합뉴스) 김승범 기자 =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지구인 용천동굴에 대한 종합학술조사를 진행하며 호수를 탐사하고 있다.2009.7.31 ≪지방기사 참조≫
ksb@yna.co.kr

이 무렵 하늘이 도왔을까.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서 전봇대를 교체하기 위해 땅을 파다가 각국의 동굴전문가들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암동굴"이라는 찬사를 받는 총 길이 2천470m의 용천동굴(龍泉洞窟·용이 하늘로 승천한 호수가 있는 동굴)이 발견되면서 세계자연유산 등재작업에 탄력이 붙었다.


땅속에 보존돼 있었기 때문에 훼손 흔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전에 본 적이 없던 새롭고 학술 가치가 높은 용암동굴이었다.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같은 해 8∼12월 그동안 학술조사와 자문을 토대로 세계자연유산 후보 지역을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성산일출봉 응회구, 거문오름 용암동굴계(거문오름·용천동굴·벵뒤굴·만장굴·김녕굴·당처물동굴)로 줄여 확정했다. 이를 함축한 명칭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문화재청은 해가 바뀐 2006년 1월 외교통상부를 통해 대한민국 이름으로 유네스코에 세계자연유산 지정을 공식 신청했다.


정부와 제주도의 철저한 준비와 온 국민의 적극적인 성원은 제주를 찾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실사단을 놀라게 했고, 실사단은 제주 자연유산에 대해 '등재 권고'를 결정해 세계유산위원회에 보고했다.


IUCN은 보고서에서 "세계유산 등재기준인 '경관적 아름다움'과 '지질학적 가치'에 있어서 세계유산으로 손색이 없다"며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유산지구 관리, 화산과 관련된 다른 유산과의 비교 연구가 탁월하다. 제주도민들의 세계유산에 대한 인식, 국민 대다수의 적극적인 지지, 시민사회의 참여도 돋보였다"고 밝혔다.

14976837594971.jpg제주에 온 '세계자연유산 인증서'(제주=연합뉴스) 30일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센터가 외교통상부와 문화재청을 거쳐 제주도에 전달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Jeju Volcanic Island and Lava Tubes)'에 대한 세계자연유산 인증서. -지방기사 참조-
ksb@yna.co.kr

◇ 외국인도 10명 중 6명은 안다

제주는 국내 유일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을 보유하면서 관광의 메카로 우뚝 섰다.


세계 유명 관광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제주라는 이름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고, 관광·사회 등 여러 측면에서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발생했다.


세계자연유산 등재 이듬해부터 영국의 BBC, 일본 NHK,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 등 해외 유수의 TV 방송사를 비롯한 해외언론들이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만장굴, 주상절리대, 제주 올레, 해녀 등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집중 조명했다.


문화재청을 비롯한 한국관광공사 등은 한국을 대표하는 곳으로 주저 없이 제주를 손꼽으며 측면 지원에 나섰다.


2009년에는 제주 세계자연유산을 소개하는 다양한 청소년용 도서가 앞다퉈 출판됐으며, 우정사업본부는 아름다운 제주의 용암동굴을 담은 특별 우표를 판매했다.


2010년도에 당시 새롭게 적용된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대한 내용이 실려 전국의 학생들이 제주 세계자연유산의 가치를 학교에서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제주의 관광 패러다임을 다변화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14976837723807.jpg즐거운 세계자연유산 트레킹(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9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에 있는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개막된 '2016 세계자연유산 국제트레킹'에 참가한 도민과 관광객들이 시원한 숲 속을 걷고 있다. 2016.7.9
khc@yna.co.kr

그저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경관 위주의 제주관광에서 제주의 지질학적 가치와 제주의 독특한 생태,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배우는 관광에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몰렸다.


이러한 변화는 10조 원이 넘는 직·간접적 경제적 효과로 이어졌다.


제주도가 제주연구원에 의뢰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다음 해인 2008년부터 2015년까지 8년간 세계자연유산이 직접적 동기가 돼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 수가 총 380만명(내국인 230만명·외국인 1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관광객이 지출한 총금액, 즉 소비지출 효과는 총 3조143억원(운수 5천152억원·음식점 및 숙박 6천839억원·도소매 1조2천518억원·사회 및 기타 서비스 5천625억원)이었다.


이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생산유발 효과 5조1천961억원(도내 3조5천406억원·도외 1조6천555억원), 부가가치유발 효과 2조1천404억원(도내 1조5천107억원·도 외 6천297억원)으로 각각 분석됐다.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가져온 직·간접적 경제효과가 무려 10조3천508억원에 달한 셈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제주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대한 도민 인지도는 2008년 75.8%에서 지난해 96.1%로 높아졌다. 제주도인 이외 국민 인지도도 40.2%에서 87.3%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외국인 관광객은 59.6%가 세계자연유산 제주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했다.


화산섬이라는 특성에다 빼어난 풍광까지 더해 오랫동안 국민의 사랑을 받아 온 제주도. 이제 명실공히 전 인류의 소중한 자연유산으로 거듭나고 있다.

14976837691148.jpg제주 성산의 유채 물결(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23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유채꽃재배단지가 활짝 핀 유채꽃들로 화사하게 물들어 있다. 뒤로 UNESCO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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