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바란다>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살만한 세상이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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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바란다>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살만한 세상이 됐으면"

태풍 '차바' 피해 울산 태화시장 국밥집 아줌마 "노력한 만큼 벌었으면…"

"따뜻한 위로로 상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새해는 아픔을 딛고 서로 토닥여주면서 활기차게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14832507745505.jpg울산태화시장 국밥집 아줌마 국정순씨(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울산태화종합시장 '국밥집 아줌마' 국정순(56·여)씨가 1일 수해 후 다시 연 가게에서 음식을 손질하고 있다. 국씨는 새해소망으로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이 살한만 세상'을 꼽았다. 2017.1.1

울산태화종합시장 '국밥집 아줌마' 국정순(56)씨는 지난 10월 5일 태풍 '차바' 때 가게 집기 모두를 날렸다.


갑자기 밀어닥친 빗물은 냉장고, 탁자, 그릇을 가리지 않고 싹 쓸어가 버렸다.


비록 4평(13.2㎡) 정도인 작은 가게지만, 국밥을 팔아 딸 넷 중 셋을 대학까지 공부시키고 시집까지 보낼 수 있도록 해준 소중한 곳이다.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막내딸 학비까진 벌어야 하는데, 20년 넘게 지켜온 터전이 불과 반나절 만에 사라진 것이다.


국씨에게 희망을 준 것은 태화시장에 쏟아진 도움의 손길이었다.

군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의 공무원, 자원봉사자들이 삽을 들고 고무장갑을 끼고 복구 작업을 했다.


국씨 가게를 포함한 태화시장은 수해 20일 만에 다시 장을 열었다. 석 달이 다 돼 가는 현재는 예전 모습을 거의 되찾았다.


국씨도 1천500만원가량을 대출받아 다시 가게를 꾸몄다.


이전처럼 국밥을 당장 팔지는 못하지만, 어묵을 데우거나 죽을 쒀 시장을 찾는 손님이나 다른 상인들이 간단히 허기를 채울 수 있도록 장사하고 있다.


국씨는 "예전에는 10명 정도 앉으면 꽉 차는 좁은 가게에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곤 했다"며 "돌이켜보면 음식 맛이 좋아서라기보다, 손님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던 게 장사가 잘 됐던 이유였던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또 "저뿐만 아니라 모든 상인들이 가진 그런 따뜻함이 다시 손님들·자원봉사자들을 통해 돌아왔기 때문에 태화시장이 빨리 복구된 것 같다"며 "새해에는 수해의 아픈 기억은 잊고 따뜻했던 손길만 기억하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14832507806940.jpg울산태화시장 국밥집 아줌마 국정순씨(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울산태화종합시장 '국밥집 아줌마' 국정순(56·여)씨가 1일 수해 후 다시 연 가게에서 음식을 손질하고 있다. 국씨는 새해소망으로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이 살한만 세상'을 꼽았다. 2017.1.1

국씨는 "태화시장도 올해 큰일을 겪었지만, 나라 전체로도 허탈한 일을 겪었다"며 "잘못을 가리는 일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우리는 이제 서로 아픔을 감싸 안으면서 새롭게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시장에서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살 만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며 "고3 딸이 노력한 만큼 대학에 가고, 내가 노력한 만큼 새로 연 이 가게에서 돈도 벌었으면 좋겠다"고 새해 첫날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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